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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학과Department of Financial Economics

'채권왕'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 '채권형 주식'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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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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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락장엔 저평가된 '채권형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며 견뎌 보십시오. 더구나 상승장이 다시 왔을 때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의 사무실에서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이 주식과 채권시장 움직임을 보여주는 6개의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인터뷰하고 있다. 서 부사장은“경기 순환이 없고, 대규모 연구·개발비가 들지 않으며, 미래 이익을 예측할 수 있는‘채권형 주식’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서준식(49)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채권은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확정돼 있어 현재 가격과 비교하면 '기대 수익률'을 계산 가능하고 시장의 출렁임 때문에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며 "주식 역시 주가 출렁임이 적고 미래 가치를 추정해서 기대수익률을 따질 수 있는 '채권형 주식'을 골라 투자하면 하락장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회사에서 14년간 30조원 넘는 채권을 굴리던 '채권쟁이'로 유명하다. 연초 채권과 주식 운용을 모두 총괄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되면서 주식도 채권과 같은 성격을 가진 '채권형 주식'을 투자 꾸러미에 담고 있다. '채권형 주식'이란 용어는 가치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쓰는 말이기도 하다.

◇채권형 주식이 되기 위한 3가지 조건

그렇다면 채권형 주식은 어떤 것일까. 채권형 주식은 단순히 배당만 꾸준히 주는 주식을 가리키는 건 아니다. 서 부사장은 채권형 주식의 3가지 조건을 들었다. 첫째는 경기를 타지 않는 주식이다. 서 부사장은 대표적인 업종으로 어업, 음식료품업, 제지업, 도소매업 등을 꼽았다. 그는 "반도체 경기, 건설 경기라는 말은 많이 들어도 '과자 경기', '홈쇼핑 경기'라는 말은 없다"고 했다. 건설 경기, 해운업 경기처럼 업종 뒤에 '경기'가 따라붙으면 해당 산업에 경기 사이클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경기에 따라 이익의 변동성이 매우 커진다는 얘기다. 과거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는데, 당시 포스코의 주주였던 워런 버핏이 반대해 무산됐던 적이 있다. 서 부사장은 "버핏이 인수를 반대한 이유는 조선업 경기가 나빠질 것을 예측했기 때문이 아니라 포스코가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채권형 주식의 범주에서 벗어나 경기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일반적인 주식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둘째는 대규모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비가 들지 않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 부사장은 "엄청난 경쟁 속에서 기업을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대규모 연구비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기업은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예컨대 소니는 많은 연구비를 들였던 '블루레이' 기술이 실패로 끝나면서 지금껏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모토롤라도 '이리듐'이라는 위성통신 전화기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가 스마트폰 시장에 적절한 시기에 뛰어들지 못하고 무너졌다.

마지막 조건은 미래에 얼마나 이익을 낼지 예측 가능한 기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 부사장은 "기업의 과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들쭉날쭉하거나 마이너스였다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바이오주나 게임주는 채권형 주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임 회사는 게임이 히트를 칠지 알 수가 없다. 바이오주도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이 언제 시장에 나올지 전문가들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개인들이 '몰빵'한 삼성전자는 채권형 주식일까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국내 주식 중 하나가 삼성전자였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주가가 연초 이후 23% 넘게 떨어졌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팔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는 채권형 주식일까? 얼핏 보기에는 채권형 주식이 되기 어려운 IT 기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서 부사장은 "아직 삼성전자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자신은 없지만 채권형 주식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서 부사장은 먼저 "10년 이상 삼성전자의 ROE가 1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는 점을 짚었다. 매년 꾸준히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등 여러 사업에 분산돼 있어, 한쪽 실적이 안 좋을 때도 다른 쪽이 보완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서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팔로어 전략'이 멋은 없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과거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고 나서야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삼성전자는 절대 먼저 나서서 새로운 걸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데서 개발한 상품이 돈 되겠다는 확신이 들 때 자본을 쏟아부어 따라잡는 전략 덕분에 삼성전자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주식의 범주에 든다"고 말했다.

연초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코스닥벤처펀드를 출시했지만,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조용했다. 서 부사장이 "고평가된 코스닥 주식이 많다"며 "가격이 싸질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코스닥 지수는 20% 가까이 떨어졌고, 신한운용은 곧 새로운 펀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서 부사장의 투자 철학대로 채권과 채권형 주식에 혼합 투자하는 펀드다. 서 부사장은 "'싸면 삼키고 비싸면 뱉으라'는 가치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정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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