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업&다운](76) 선의의 기부에 세금폭탄 취소소송, 역전 통해 판례 바꾼 충정
법무법인 충정이 180억원을 기부했다가 140억원의 증여세 처분을 받은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 설립자 황필상씨의 증여세 취소 소송을 1심부터 3심까지 맡아 역전승을 거뒀다.이번 승소는 대법관 12명이 모두 참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기존 판례를 바꾸는 성과를 거뒀다.
황씨는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다가 6촌 동생 황만상씨와 함께 전재산에 가까운 수원교차로 주식 90%를 장학사업에 사용하도록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증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주대가 주식을 증여받는 것이 곤란하다고 하자 이들은 대안으로 2005년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주식을 기부했다.
세무당국은 황씨 등이 최대주주였던 수원교차로의 주식 5%를 초과해 장학재단에 기부했다는 이유로 2008년 주식 기부액 약 180억원에 대해 140억원(가산세 포함)의 증여세 부과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익법인에 대한 선의 기부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 1, 2심 엇갈린 판결...전원합의체에서 승부 건 충정
충정은 황씨를 1심부터 3심까지 대리했다. 충정은 최우영(56·사법연수원 15기) 대표변호사, 조상연(42·33기) 변호사를 투입했다. 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1989년 충정의 전신인 김장리 법률사무소에 입사, 1994년 충정 창립 당시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현재 대표변호사로서 기업송무팀장을 맡고 있다. 조 변호사는 2007년 충정에서 변호사를 시작해 조세 및 관세 소송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충정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의 경우 출연자가 공익법인에 5%를 초과하는 주식을 기부하면 증여세를 부과하지만 출연자 등이 주식을 발행한 국내법인의 최대주주가 아닌 경우 비과세가 되는 점을 공략했다.
충정은 1심에서 “주식을 장학재단에 출연한 뒤 황씨는 수원교차로의 지분 10%만 보유하게 돼 최대주주가 아니어서 비과세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세무당국이 출연 뒤 장학재단과 황씨는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최대주주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충정은 “상증법상 특수관계를 인정하려면 ‘주주가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법인’이어야 하는데 황씨는 주식을 출연만했을 뿐 설립에 관여하지 않아 특수관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충정은 상증법에서 주식 출연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게 한 취지는 별도로 설립한 공익법인을 통해 모기업의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고 증여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 황씨처럼 공익적 목적의 기부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1심인 수원지법 행정3부(재판장 이준상)는 2010년 7월 15일 세무당국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공익 사업과 관련해 마련되는 재원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며 “기계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에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합헌적 법률해석으로 타당하다는 논지였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김인욱)는 1심이 법조항을 확대 해석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황씨는 2심에서 패소했지만 충정을 끝까지 선임했다. 법무법인 율촌도 3심에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3심에선 주식 기부자가 그 주식을 발행한 회사의 최대주주인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충정과 율촌 변호인단은 주식 출연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황씨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아닐 뿐 아니라 장학재단 설립 과정에 개입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주식 출연 전 출연자가 최대주주였다고 하더라도 공익법인과 특수관계가 없어서 그 출연에 따라 최대주주의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면, 출연자는 더이상 공익법인을 회사에 대한 지배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됐다는 취지였다.
대법관 12명 중 9명은 변호인단의 주장대로 최대주주 요건을 주식 출연 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주식을 출연한 결과 황씨에게 남은 주식과 특수관계로 묶인 공익재단의 보유주식을 모두 합해 회사의 최대주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황씨가 재단 설립 등에 관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어 최대주주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변호인단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진 것이다.
대법원은 “주식 출연 전에 ‘국내법인의 최대주주였던 자’의 출연을 규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의 출연 후 ‘국내법인의 최대주주가 되는 자’의 출연을 규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심은 황씨 등이 장학재단의 정관 작성, 이사 선임 등의 설립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면밀히 심리하지 않은 채 재산을 출연한 것 만으로 최대주주로 보는 것이 충분하다는 전제했다”며 “황씨 등이 장학재단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재단의 보유 주식과 황씨 보유 주식을 합산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배주주였다는 이유만으로 주식 출연에 대해 무조건 증여세를 과세하면 선의의 출연재산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징수하고 최악의 경우 공익법인의 존립 자체가 어렵게 될 뿐 아니라, 공익법인이 세금을 체납하면 기부자 개인까지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의 악용 가능성이 큰 주식 출연행위와 그렇지 않은 주식 출연행위를 구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 충정 최우영 대표변호사, 조상연 변호사 |
특히 충정은 상증법에서 주식 출연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게 한 취지는 별도로 설립한 공익법인을 통해 모기업의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고 증여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 황씨처럼 공익적 목적의 기부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1심인 수원지법 행정3부(재판장 이준상)는 2010년 7월 15일 세무당국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공익 사업과 관련해 마련되는 재원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며 “기계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에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합헌적 법률해석으로 타당하다는 논지였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김인욱)는 1심이 법조항을 확대 해석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황씨는 2심에서 패소했지만 충정을 끝까지 선임했다. 법무법인 율촌도 3심에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3심에선 주식 기부자가 그 주식을 발행한 회사의 최대주주인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충정과 율촌 변호인단은 주식 출연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황씨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아닐 뿐 아니라 장학재단 설립 과정에 개입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주식 출연 전 출연자가 최대주주였다고 하더라도 공익법인과 특수관계가 없어서 그 출연에 따라 최대주주의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면, 출연자는 더이상 공익법인을 회사에 대한 지배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됐다는 취지였다.
대법관 12명 중 9명은 변호인단의 주장대로 최대주주 요건을 주식 출연 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주식을 출연한 결과 황씨에게 남은 주식과 특수관계로 묶인 공익재단의 보유주식을 모두 합해 회사의 최대주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황씨가 재단 설립 등에 관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어 최대주주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변호인단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진 것이다.
대법원은 “주식 출연 전에 ‘국내법인의 최대주주였던 자’의 출연을 규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의 출연 후 ‘국내법인의 최대주주가 되는 자’의 출연을 규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심은 황씨 등이 장학재단의 정관 작성, 이사 선임 등의 설립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면밀히 심리하지 않은 채 재산을 출연한 것 만으로 최대주주로 보는 것이 충분하다는 전제했다”며 “황씨 등이 장학재단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재단의 보유 주식과 황씨 보유 주식을 합산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배주주였다는 이유만으로 주식 출연에 대해 무조건 증여세를 과세하면 선의의 출연재산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징수하고 최악의 경우 공익법인의 존립 자체가 어렵게 될 뿐 아니라, 공익법인이 세금을 체납하면 기부자 개인까지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의 악용 가능성이 큰 주식 출연행위와 그렇지 않은 주식 출연행위를 구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세무당국 소송수행자 36명 투입했지만 패소
세무당국은 1심에서 법무법인 바른의 박승헌(54·31기), 조용민(42·36기) 변호사를 선임했으나 패소하자, 2심에서는 전정일(42·38기) 사무관 등 국세청 직원 13명을 소송수행자로 투입했다. 3심에서는 전 사무관 등 모두 36명의 소송수행자를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려 승부수를 던졌지만 패소했다.
세무당국은 1심에서 패소하자 2심에서 “1심이 주식 출연이 경제적 집중이나 세습과 무관하다는 것만 판단했지, 법에서 과세 대상으로 보고 있는 최대주주의 요건 등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해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상증법 시행령의 ‘주주가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법인’에서 주주가 재산을 출연한 비영리법인을 의미하는 것일 뿐 반드시 주주가 설립행위를 한 비영리법인을 의미하는 문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1회적이고 예외적인 해석이 허용된다면, 법원이 언제 그와 같은 해석의 잣대를 들이댈지 알 수 없는 국민은 법관이 법률에 의한 재판이 아닌 자의적인 재판을 한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적 안정성을 강조한 판결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세법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명확해 실무상 혼란이 있었던 영역에서 공익법인에 대한 선의의 기부를 장려하면서도 편법적인 제도의 남용은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과 운용방식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